2024.07.11
지난 2일, 감리를 보러 파주 인쇄소에 다녀왔습니다. 첫 감리라 떨리고 긴장됐는데 비까지 억수로 쏟아져서 유달리 엄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4X년 전 그날, 엄마는 갑작스러운 진통에 놀라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로 많은 비가 오던 날이어서 택시 채로 물에 쓸려 내려갈까 봐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으셨다고. 그런 우여곡절 끝에 저는 엄마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매년 생일 때마다 축하한다는 말 대신 '네 생일이라 비가 온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지만ㅎㅎㅎ 당시 엄마의 심정이 정열의톰 첫 책의 첫 모습을 보러 가던 제 심정과 비슷했을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비가 오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또 혀를 쯧쯧 차셨을 것 같습니다.
표지 종이는 아주 비싼 걸 썼습니다. 인쇄소 사장님 말로는, 사고 날까 봐 손 벌벌 떨면서 작업해야 하는 종이라고 합니다. 무명의 출판사라 마케팅 포인트로 힘을 좀 줬는데 2쇄를 찍게 된다면 무조건 다른 종이로 바꿔야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인쇄를 마쳤고, 어제 배본사 입고까지 완료했습니다. 배본사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 주셨는데, 괜히 뭉클한 감정이 들더군요. 부디 많은 독자 분 곁으로 가서 사랑 듬뿍 받으며 읽히길!
텀블벅 리워드용 굿즈는 참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는데, 이번에 만든 굿즈들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안에 들어가는 모든 리소스(표지 빼고)를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만들었다는 점에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거기다 실제 손에 쥐었을 때의 만족감이 커서 자신감도 조금 얻었습니다. 받아보시는 분들 마음에도 쏙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다시 한번, 펀딩에 참여해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굿즈 이미지들은 <여기>를 참고해 주세요.
두 번째 책 계약도 곧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만들고 싶었던 책이고, 정열의톰 출판사의 방향성을 보여 줄 책이라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 중입니다. 교정교열할 때는 괴롭고 힘든데, 새 책을 준비하는 일은 왜 이리 즐거운지… 관련하여 재미난 아이디어도 계속 떠오르고 있답니다. 얼른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2023.12.13
출판사의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평생 책의 세계를 탐험하며 살아가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을 담았습니다. 로고를 만들고 나니, 비로소 이 세상에 온전히 내 것이 생긴 기분이 듭니다.

2023.09.26
얼마 전 독립문 근처에 있는 ‘이진아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딸을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이 그녀를 애도하기 위해 지은 도서관입니다.
건물 안 곳곳의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은 책을 보호하기 위해 창을 작게 만드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열람실 내부에서도 포근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1층 벽면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아빠 엄마 언니가 건립 기증’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건립 취지를 잘 알아서 그런지 마음이 더 숙연해집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여느 도서관들과 달리 시설이 망가진 곳 없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진아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언젠가 엄마가 ‘이 책 참 좋더라’하고 말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찾아보니 그 책은 절판되어 더 이상 유통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내가 이걸 다시 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엄마가 좋아했던 책을 다른 이들도 읽어주면 좋겠다. 그게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애도하는 방법 아닐까, 하고.
그래서... 출판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정열의톰으로 지었습니다. 정열은 엄마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해당 책의 저작권 계약서에 사인을 해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책을 만들게 되었는데... 어디서부터 뭘 시작하면 좋을지...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출판사??? 이런 의문부호도 백만 개지만, 돌고돌아 결국 책을 만들기 위해 지금껏 책을 읽어오고, 책방까지 했던 건 아닐까요. 운명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임하려고 합니다.
